내 마음을 사로잡은 詩 43

문호리 예배당/나호열

문호리 예배당 ​ - 나호열 ​ ​ 청량리에서 한 시간 가슴까지 차오르는 강이 오르고 내리는 버스를 타면 출렁이는 물 향기 사랑하는 사람에게 서 너 장의 편지를 썼다 지우고 억새풀로 흔들리는 잠결에 닿는 곳 가끔, 깊은 산골로 가는 기차가 경적을 울리면 길은 무섭게 한적해진다 건널목 지나 토닥토닥 몇 구비 돌고 돌아도 보이지 않는 마을 멀리서도 예배당 종소리는 울려 마을이 가깝다 작은 언덕 허리 굽혀 올라가는 오래된 예배당 아름드리 느티나무 바람에 곡을 붙여 풍금을 타고 먼지 내려앉은 나무의자에 앉아 꽃 꺾은 죄를 고백하는 곳 그 돌집 옆 모래알로 쌓아올린 큰 예배당 더 많은 죄인들이 드나들어도 아직은 견딜만하다고 열 때마다 삐거덕거리는 영혼 속으로 숨어들만하다고 청량리에서 한 시간 종점까지 와서 만나는..

카시오페이아/송종규

카시오페이아 -송종규 ​ 잘게, 어둠을 깨뜨리는 소리가 들렸어 피사초 이파리 작은 꿈 길 사이를 뒤척이던 바람이 부시시 일어서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서둘러 어둠을 건너오는 소리가 들렸어 ​ 여름 시냇가 작은 모래 밭에 우리들이 묻어 두고 온 짧은 햇살처럼 잠들지 않는 그대 초록의 심장이 내 창을 두드렸어 ​ 어둠 속으로 그대 눈빛을 밀어 넣으면서,비로소 어둠의 한 끝이 무너지고 ​ 누군가 우리들 부끄러움을 털어내는 소리가 들렸어 ​ ​ -송종규 시집 [그대에게 가는 길처럼] 중에서 송종규 대구 효성여자대학교 약학과 졸업. 1989 『심상』으로 등단. 1997 계간 시와 반시 편집위원.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회원. 제14회 이상시문학상 수상. [시집] 『그대에게 가는 길처럼』, 둥지, 1990, 시..

[스크랩] 경기신문 아침 시산책 문정영의 시 수곽 / 서정임 시인

수곽(水廓) /문정영 나는 한때 물처럼 맑다고 생각했다. 물로 집 한 채 지었거나 물의 집이라는 생각도 가져 보았다. 그런 나를 비추자 물빛이 흐려졌다. 내가 지은 집은 지는 해로 지은 것이었다. 고인 물을 막은 것에 불과했다. 내가 흐르는 물자리였으면 새 몇 마리 새 자리를 놓았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