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를 먹는 법
전비담
잇몸을 물고 있다
치주염에 뿌리가 녹은 치아처럼
붉은 곰팡이 맛
그러니까 속을 함부로 물면 안 된다
허물어진 입속이
손가락에서 팔꿈치까지 줄줄 흘러
다 울고 나면 무슨 맛이 남을 것 같아?
우는 입은 손등으로 한번
손바닥으로 한번
두 번 닦으면 그칠까?
입안이 흘러내릴 때
납작 엎드려 지렁이처럼 기어온 입술도
흘러가면 좋겠다
생각해봐 해진 입속을 잡으러 오는 입
코가 케케묵은 비염의 냄새를 눈이 짓무른 눈물을 잡으러 오는 거
얼마나 무서운지 자기 얼굴에
뭉개진 자기가 연거푸 잡히는 거
입이 무너지고 코가 무너지고 눈이 무너지고
얼굴이 다 떠내려갈 때까지
함부로 닦아서 멈추지 말기
안 그러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이상한 맛을 칠한
얼굴의 복잡한 우물을 보게 될 테니
《시현실》2015년 여름호 발표
출처 : 시 산 맥
글쓴이 : 전비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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