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에 대하여 / 마종기 온유에 대하여 / 마종기 온유에 대하여 이야기하던 그 사람 빈집 안의 작은 불꽃이 오늘은 더욱 맑고 섬세하구나. 겨울 아침에 무거운 사람들 모여서 온유의 강을 조용히 건너가느니 주위의 추운 나무들 눈보라 털어내고 눈부신 강의 숨결을 받아마신다. 말과 숨결로 나를 방문한 온유여,.. 내 마음을 사로잡은 詩 2014.08.28
그리움/조지훈 그리움/조지훈 머언 바다의 물보래 젖어 오는 푸른 나무 그늘 아래 늬가 말없이 서 있을 적에 늬 두 눈썹 사이에 마음의 문을 열고 하늘을 내다보는 너의 영혼을 나는 분명히 볼 수가 있었다. 늬 肉身의 어디메 깃든지를 너도 모르는 서러운 너의 영혼을 늬가 이제 내 앞에 다시 없어도 나.. 내 마음을 사로잡은 詩 2014.08.28
[스크랩] 나뭇가지의 질문법/ 박남희 ⓒ 박정원_ 물의 정원 나뭇가지의 질문법 박남희 세상이 온통 의문으로 가득 찰 때 뾰족한 것으로 허공을 찔러대기보다는 조용히 이파리를 매달 것 그 이파리로 얼굴 붉히고 그 이파리로 울다가 그 이파리로 어디론가 굴러가 다보록한 흙에게 썩는 법을 배울 것 그리하여 제 이파리 모두 .. 내 마음을 사로잡은 詩 2014.08.26
[스크랩] [제12회 유심작품상] 종소리/ 신달자 종소리 신달자 외로움이 내게 다가와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은은하게 조금은 무뚝뚝하게 외롭다고 한마디 하네 외로움이 죽음에게 내가 프랑스 루르드 성당에서 사 온 종을 살짝 쳐 주었는데 그게 그렇게 깊은 물소리가 나는 거야 다시 오면 이스라엘 성당 종을 그 다음엔 연둣빛 새.. 내 마음을 사로잡은 詩 2014.08.13
잉어/김신용 2013' 제6회 '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 좋은 시' 賞 수상시 잉어/김신용 저 물의 만년필, 오늘, 무슨 글을 쓴 것 같은데 도무지 읽을 수가 없다 몸속의 푸른 피로 무슨 글자를 쓴 것 같은데 읽을 수가 없다 지느러미를 흔들면 물에 푸른 글씨가 쓰이는, 만년필 저 글은, 잉어가 되어보지 않.. 내 마음을 사로잡은 詩 2013.08.17
[스크랩] 묵독 默讀 / 조재형 묵독 默讀 조재형 당신을 읽는 중입니다 읽을수록 손을 놓을 수 없어요 앙가슴에 고인 설렘으로 그리움을 넘기고 또 넘깁니다 모음으로 된 당신의 미소 자음으로 된 당신의 눈물 감탄 부호로 찍힌 당신의 음성 수억 개 관문을 뚫고 입성한 내게 가장 잘한 일을 묻거든 당신삼매경을 꼽을 .. 내 마음을 사로잡은 詩 2013.07.26
[스크랩] 라일락 향기 / 문덕수 라일락 향기 문덕수 마음을 울타리로 두른 라일락 향기 썰물처럼 빠져나가버렸다 골목길의 저 비둘기 한쌍이 다 쪼아 먹었나 보다 좁은 골목길을 독점하고 있는 저 작은 트럭이 다 실어 쓰레기장에 갖다 버렸나 보다 네거리를 다급하게 건너 초등학교 뒷담 한 모퉁이를 도니 도둑 떼처럼.. 내 마음을 사로잡은 詩 2013.07.26
별들은 따뜻하다 / 정호승 별들은 따뜻하다 / 정호승 하늘에는 눈이 있다 두려워할 것은 없다 캄캄한 겨울 눈 내린 보리밭길을 걸어가다가 새벽이 지나지 않고 밤이 올 때 내 가난의 하늘 위로 떠오른 별들은 따뜻하다 나에게 진리의 때는 이미 늦었으나 내가 용서라고 부르던 것들은 모든 거짓이었으나 북풍이 지.. 내 마음을 사로잡은 詩 2013.06.04
바람의 목회/천서봉 바람의 목회 -천서봉 붉은 창문들 저무네. 거리엔 부옇게 물길이 번지고 벗겨진 대지의 표면이 비늘처럼 흘러가네. 햇살의 따가운 못질 뒤에도 나무들은 자꾸만 제 잎 쥐고 휘청거리네. 버려진 오르간처럼 켜켜이 쌓인 공사장 파이프들이 저녁을 연주하네. 노을 따위를 발음하면 삶은 늘 .. 내 마음을 사로잡은 詩 2013.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