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원_ 물의 정원
나뭇가지의 질문법
박남희
세상이 온통 의문으로 가득 찰 때
뾰족한 것으로 허공을 찔러대기보다는
조용히 이파리를 매달 것
그 이파리로 얼굴 붉히고
그 이파리로 울다가
그 이파리로 어디론가 굴러가
다보록한 흙에게 썩는 법을 배울 것
그리하여 제 이파리 모두 떨구고
허공이 온통 맑은 날
공중에 오래된 바람소리 풀어놓고
눈물같이 여린 초승달 하나 낳아놓을 것
그리고는 안으로 안으로
의문의 강을 풀어내어
나이테의 두께를 늘려갈 것
그런 후에는
바람 밑에 숨겨두었던 뿌리에게 넌지시
물의 안부를 물어볼 것
- 시와표현 2014년 봄호에서 옮김
출처 : 함께하는 시인들 The Poet`s Garden
글쓴이 : 물시 원글보기
메모 :
'내 마음을 사로잡은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움/조지훈 (0) | 2014.08.28 |
---|---|
가을 호수/나호열 (0) | 2014.08.28 |
[스크랩] [제12회 유심작품상] 종소리/ 신달자 (0) | 2014.08.13 |
잉어/김신용 (0) | 2013.08.17 |
[스크랩] 묵독 默讀 / 조재형 (0) | 2013.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