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조발성 알츠하이머 환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하버드 대학 신경학 박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작가 리사 제노바의 처녀작이다. 리사 제노바는 자신의 전문 분야인 신경학을 바탕으로 수년 간 알츠하이머 질환의 증세와 진단, 치료, 환자,보호자에 대해 연구하여 정확하고 명쾌한 알츠하이머 이야기를 엮어낸다.
이 소설은 앨리스 하우랜드라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2년 동안의 병상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데, 환자 자신의 관점으로 서술되어 있어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이들의 세계를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다.
주인공 앨리스가 알츠하이머의 희생자가 되기엔 너무나 젊은 쉰 살인데다 지성의 최고봉인 하버드 심리학 교수이기에 몹시도 비극적인 동시에 감동적이다. 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는 앨리스의 뇌 속 뉴런들의 조용한 죽음에 대한 섬뜩한 묘사로 시작된다.
하버드 대학교 인지 심리학 교수이자 언어학의 권위자이기도 한 엘리스는 자신의 뇌에서 뉴런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도 모른 채 학부 강의와 초청 강연, 대학원생 논문 지도 등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녀에겐 역시 하버드 대학교 교수인 남편과 장성한 세 자녀가 있다.
" 이미 그때, 그러니까 1년여 전부터 그녀의 머리 속에서 뉴런들이 질식해 죽어가고 있었다. 귀에서 멀지 않은 곳의 뉴런들이었지만 너무 조용한 죽음이었기에 그녀 자신에게조차 들리지 않았다.
부지불식간에 상황이 너무 나빠져서 뉴런들이 스스로 파멸했을 수도 있다. 그것이 분자 살해였든 세포 자살이었든, 뉴런들은 죽기 전에 그녀에게 그런 상황에 대해 경고할 수가 없었다."라는 충격적인 서두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녀는 일종의 조발성 치매 환자로 볼 수 있는데, 65세 이후에 찾아오는 초로기 치매 환자들보다 병의 진행속도가 더욱 빠르다.
드라마 '천일의 약속'의 주인공인 수애는 삼십대라는 아주 젊은 나이에 치매에 걸렸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그렇게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은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여겨졌다. 드라마니까 그런 설정을 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인 엘리스가 쉰 살에 치매에 걸려서 멀어져 가는 기억과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는 허구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왔다.
다소 섬찟하지만 웬지 모르게 아름다운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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