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사로잡은 詩

문호리 예배당/나호열

그린민트 2022. 8. 19. 11:52

문호리 예배당

- 나호열

청량리에서 한 시간

가슴까지 차오르는 강이

오르고 내리는 버스를 타면

출렁이는 물 향기

사랑하는 사람에게 서 너 장의

편지를 썼다 지우고

억새풀로 흔들리는 잠결에 닿는 곳

가끔, 깊은 산골로 가는 기차가

경적을 울리면

길은 무섭게 한적해진다

건널목 지나

토닥토닥 몇 구비 돌고 돌아도

보이지 않는 마을

멀리서도 예배당 종소리는 울려

마을이 가깝다

작은 언덕 허리 굽혀 올라가는

오래된 예배당

아름드리 느티나무

바람에 곡을 붙여

풍금을 타고

먼지 내려앉은 나무의자에 앉아

꽃 꺾은 죄를 고백하는 곳

그 돌집 옆

모래알로 쌓아올린 큰 예배당

더 많은 죄인들이 드나들어도

아직은 견딜만하다고

열 때마다 삐거덕거리는 영혼 속으로

숨어들만하다고

청량리에서 한 시간

종점까지 와서 만나는

그대는 나의

작은 예배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