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리 예배당
- 나호열
청량리에서 한 시간
가슴까지 차오르는 강이
오르고 내리는 버스를 타면
출렁이는 물 향기
사랑하는 사람에게 서 너 장의
편지를 썼다 지우고
억새풀로 흔들리는 잠결에 닿는 곳
가끔, 깊은 산골로 가는 기차가
경적을 울리면
길은 무섭게 한적해진다
건널목 지나
토닥토닥 몇 구비 돌고 돌아도
보이지 않는 마을
멀리서도 예배당 종소리는 울려
마을이 가깝다
작은 언덕 허리 굽혀 올라가는
오래된 예배당
아름드리 느티나무
바람에 곡을 붙여
풍금을 타고
먼지 내려앉은 나무의자에 앉아
꽃 꺾은 죄를 고백하는 곳
그 돌집 옆
모래알로 쌓아올린 큰 예배당
더 많은 죄인들이 드나들어도
아직은 견딜만하다고
열 때마다 삐거덕거리는 영혼 속으로
숨어들만하다고
청량리에서 한 시간
종점까지 와서 만나는
그대는 나의
작은 예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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