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괭이부리말 아이들 /김중미

그린민트 2011. 2. 18. 14:56

 

 

 

 김중미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인천의 빈민지역을 무대로 하여 그곳에서 살아가는, 가난하고 버림받은 결손 가정의 아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참으로 아름답고 감동깊게 묘사한 책이다.
나는 처음에 '괭이부리말'이라는 말이 어느 풀꽃의 이름인줄로 짐작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나서 '괭이부리말'이라는 이름이 풀꽃의 이름이 아니라 '고양이 섬'이라는 뜻을 지닌 그곳 마을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이를테면 현장 소설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작가가  그곳에서 살면서 온몸으로 부딪치고 직접 경험한 것을 토대로 그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참으로 현실감이 묻어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속에는 가상적인 이야기나 허구적인 이야기는 전혀 없다. 그 반대로 이 소설속에는 철저히 현실적인 이야기들만이 가득히 살아서 숨쉬고 있다.
사회에서 버림받고 소외된 사람들이 서로를 도와가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는 단순하고 평범한 것같지만 결코 단순하지도 않고 평범하지도 않은 이야기이다. 그러한 이야기가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 주는 이유는 그속에 깃들어 있는 따스한 인간애 때문일 것이다.

 비행 소년이었던 동수가  가난한 고아 청년의 지극한 돌봄과 도움으로 모범생으로 거듭나게 되는 이야기는 우리들로 하여금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그렇게 빈민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그곳에도 교회가 있었다. 그것도 아주 크게 잘 지어진 교회가 있었다. 그런데도 그 교회는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교회는 그들에게 전혀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정과 사회에서 버림받고 불쌍한 아이들을 아무 댓가없이 먹이고 보살펴준 사람은 그들과 별차이가 없이 가난한 '영호'라는 고아 청년이었다.

 '하지만 영호는 코딱지만한 괭이부리말을 다스리는 봉건 영주처럼 동네 꼭대기에 떡 버티고 서 있는 교회에 정이 가지 않았다.'라는 글을 통해서 우리는 영호라는 청년의 교회에 대한 인식의 한 단면을 엿볼 수가 있다. 또한 작가는 성탄절을 앞에 둔 '괭이부리말'이라는 마을에 위치한 교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커다란 교회의 종탑이며 외벽에 치장한 울긋불긋 반짝거리는 장식들은 시내의 네온 사인 간판보다도 더 요란해 보였다. 교회는 마치 '예수 성탄"이라는 물건을 팔고 있는 가게처럼 보였다.'
  
 너무나 섬찟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셨다.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라고.
오늘날 한국 교회는 외적인 성장에만 너무 치우쳐서 정작 돌보아 주어야 할 지극히 작은 자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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