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1월 25일 저녁에, 대구에서 열렸던 송종규 시인의 '시집 출판 기념회및 시 낭송회'에 우연히 참석하게 되었다. 잔잔한 배경 음악과 함께 전문 방송인의 음성으로 아름답게 낭송되던 시를 듣고 나는 그때 말할 수 없는 감동의 물결에 사로잡혔었다.
소리로 듣는 시의 아름다움을 그날 나는 처음으로 느꼈었다. 그 행사가 끝나고 나서 나는 송종규 시인으로부터 그녀의 첫시집인 [그대에게 가는 길처럼]을 선물받게 되었다. 그녀의 시들은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 않고 항상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서서, 오랜 세월동안 나는 그녀의 시집을 틈나는대로 애독해 왔다.
그녀의 시들은 난해하지도 않고 새로운 기법을 시도한 시도 아니다.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서정시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시들은 시를 읽는 재미와 함께 진한 감동까지 가져다 준다.
그 이유는 사물을 바라보는 송종규 시인의 따스하고 투명한 눈빛과 함께 평범한 언어속에서 시적인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그녀의 시적인 능력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잘게, 어둠을 깨뜨리는/소리가 들렸어./피사초 이파리 작은 꿈길 사이를/뒤척이던 바람이/ 부시시 일어서는 소리가 들리고/누군가 서둘러/어둠을 건너오는/소리가 들렸어.......어둠 속으로 그대 눈빛을 밀어/ 넣으면서, 비로소/어둠의 한 끝이 무너지고/누군가/ 우리들 부끄러움을 털어내는/소리가 들렸어
.-詩,'카시오페이아' 中에서
봄이 오고 있었어. 시린 땅에 코 박고 흐느끼는 그대 야/윈 어깨 위에서 명주실처럼 고운 아지랭이가 뽑히고 있었/어. 흘린 눈물만큼씩 온 세상 바람을 덥히는 그대 연보랏빛/향기로 하여 비로소 언 하늘이 열리고 있었어
.-詩,'풀꽃에게'
이 기쁨의 절정을 너에게 주고 싶어./이 캄캄한 절망을 너에게 주고 싶어./뼈를 열어/네 아침의 푸른 머리카락 위에서/잠시, 반짝이다 스러지는/차디찬 기억이 되고 싶어.
-詩,'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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