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사로잡은 詩

[스크랩] 신작시- 토마토를 먹는 법 / 전비담

그린민트 2015. 6. 23. 12:11

토마토를 먹는 법

 

 

                                      전비담

 

 

 

잇몸을 물고 있다
치주염에 뿌리가 녹은 치아처럼
붉은 곰팡이 맛
 
그러니까 속을 함부로 물면 안 된다

 

허물어진 입속이
손가락에서 팔꿈치까지 줄줄 흘러

 

다 울고 나면 무슨 맛이 남을 것 같아?

 

우는 입은 손등으로 한번
손바닥으로 한번
두 번 닦으면 그칠까?

 

입안이 흘러내릴 때
납작 엎드려 지렁이처럼 기어온 입술도
흘러가면 좋겠다

 

생각해봐 해진 입속을 잡으러 오는 입
코가 케케묵은 비염의 냄새를 눈이 짓무른 눈물을 잡으러 오는 거
얼마나 무서운지 자기 얼굴에
뭉개진 자기가 연거푸 잡히는 거

 

입이 무너지고 코가 무너지고 눈이 무너지고
얼굴이 다 떠내려갈 때까지

 

함부로 닦아서 멈추지 말기

 

안 그러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이상한 맛을 칠한 
얼굴의 복잡한 우물을 보게 될 테니

 

 

 

 

                         

 

                                 《시현실》2015년 여름호 발표

 

 

 

 

출처 : 시 산 맥
글쓴이 : 전비담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