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사로잡은 詩

묵상(默想)/ 최진연

그린민트 2013. 3. 8. 12:50

묵상(默想)

-최진연



입을 열지 않아도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당신과 마주 앉아 있노라면
드넓은 풀밭에 누운 것 같습니다
대지(大地)위 하늘에 닿도록 가득한 평화
자유를 노래하며 춤추는 새들
여기저기 내려앉은 흰 구름 양 무리
풀을 뜯으며 노니는 그 한 마리 같습니다.

사그러지는 짚불 같은 햇살에 손을 녹이며
사랑하는 이를 묻기 위해 언 땅을 파는
괭잇날이 튀는 가장 추운 날을 맞을지라도
그저 당신과 함께만 있다면
풀잎 돋아나는 봄날
돌아올 님을 향해 손을 흔드는 나는
재회의 기쁨을 준비하는 사람.

말하지 않아도 다 아시는
당신과 마주 앉아 있노라면
가슴속 어디선가 솟아나는 샘물
내 안을 채우고 나를 잠그고
누군가에게로 흐르는 강물이 되고
세상을 다 잠그는 바다가 되는 기쁨
아, 천날만날 보고지고
말없이 마주 앉아 천날만날 보고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