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수주문학상 당선작]
거울 속 거미줄 /정 용 화
덕천마을 재개발 지역
반쯤 해체된 빈집 시멘트벽에 걸린
깨진 거울 속으로 하늘이 세들어 있다
무너지려는 집을 얼마나 힘껏 모아쥐고 있었으면
거울 가득 저렇게 무수한 실금으로 짜여진
거미줄을 만들어 놓았을까
구름은 가던 길을 잃고 잠시 걸려들고
새들은 허공을 물고 날아든다
거미줄에 무심히 걸려있는 지붕 위
주인도 없이 해가 슬어놓은 고요를
나른한 오후가 갉아먹는다
간절함은 때로 균열을 만든다
한 때 두 손 가득 무너지는 인연 하나
잔뜩 움켜쥐고 있었던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가느다란 손금이 조금씩 깊어졌다
심경, 마음을 들여다볼 때 마주치는 거울 속으로
손금이 흘러들어 무수한 실금을 남겼다
균열은 어떤 부재를 품고 갈라진 틈 속마다
허기진 풍경을 흘려 넣는 것인가
무너짐이야말로 더 큰 열림이기에
거울 속 거미줄은 어떤 것도 붙잡아 두지 않는다
나를 흘리고 온 날
서까래 같은 갈비뼈 사이로 종일 바람이 들이쳤다
그러고 보면 깨진 거울은 무너지는 것을
움켜쥐고 있던 집의 마음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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