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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풀잎/이정화

그린민트 2014. 8. 28. 15:20
그리운 풀잎 /이정화(李貞華)

풀잎이었다
비를 맞고
연약하게 떨고 있던 작은 새처럼
내가 보듬어 안아 주어야 할 아기처럼
가녀린 잎새를 흔들며
나를 향해
해맑은 웃음 짓던
작은 풀잎이었다.

꽃잎이었다.
비를 맞고
더욱 싱그러워진 새하얀 몸을
나에게 헤쳐 보이던
가녀린 떨림이었다.

그리움이었다.
풀잎 위에 맺혀진 이슬처럼
내 가슴속에서 소리없이 피었다가 사라지는
노란 들꽃처럼
밤새도록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파도처럼
손 내밀어도 잡을 수 없는
아름다운 물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