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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이정화

그린민트 2012. 11. 3. 14:38


 

      들꽃 /이정화


      나는 이름도 없습니다.
      진한 향기도 지니지 못했지요.

      나의 몸은 너무 작아서
      그대의 눈에 잘 뜨이지 않고
      나의 목소리는 너무 낮아서
      그대의 귀에 잘 들리지 않지요.

      그러나 나의 눈빛과 가슴은
      언제나 그대를 향해서 열려 있습니다.

      바람 속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멀리 있으면서도 가까이 있는 나는
      그대가 불러도 대답할 순 없지만
      나의 입술과 나의 마음은 언제나
      그대를 향해서 살아 있습니다.

      그대는 나를 몰랐지만
      나는 처음부터 그대를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