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원_ 엉겅퀴
신산 체육사
이정화
양주시 남면 신산리 285-187번지
'신산리 체육사'로 인터넷에서 검색했더니
아무리 찾아봐도 나오지 않던
신산 체육사의 주소를 네비에 찍고
그곳에 도착하던 날
아들 또래의 군인 한 명
군복 바지를 수선하고 있었다
가게 안을 빼곡이 채우고 있던 군용 물품들
주인 여자는 쉴새없이 미싱을 돌리고
아들은 이병에서 일병으로 계급장을 바꿔 달았다
5월의 햇살 아래에서
칙칙한 군복이 너무 무거워 보이던 그때
벽돌 한 장 더 얹었을 뿐인데
너무 즐거워하던 아들의 모습이 눈에 어린다
지금도 그곳에는 시간의 페달을 밟으며
누군가 계급장을 바꿔 달고
기한이 다하기까지는 결코
벗을 수 없는 푸른 의무를 수선하고 있으리라
시간의 물레바퀴를 돌리며
한 땀 한 땀
인고의 결실을 촘촘히 박음질하고 있으리라
골목길에는 먼지가 폴폴 날리고
햇살과 바람이 빼꼼히 머리를 내밀고 있으리라
가시
가지를 다듬다가
날카로운 가시에 손가락이 찔렸다
너무 방심한 탓일까
조금 따끔거렸지만 피는 나지 않는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가시 하나가 살 속에 박혀
며칠째 나와 함께 동거 중이다
자식은 부모의 목구멍에 걸린 가시다
밥 한 숟가락 억지로 퍼 넣고
온 힘을 삼켜도 잘 넘어가지 않는 생선 가시처럼
뺄 수도 없고
그냥 둘 수도 없는
천형天刑 같은 존재
나도 이제 부모가 되어
내 살 속 깊숙이
뾰족한 가시 하나
가두고 산다
- 『시문학』2012년 7월호
출처 : 함께하는 시인들 The Poet`s Garden
글쓴이 : 박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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